최근 ''1박2일'' 시즌2는 재밌다. 지난 주 방송된 '경북 봉화 편'도 마찬가지다. '1박2일'의 대표 아이템 복불복게임을 통해 예능의 재미를 한껏 살렸다. 그럼에도 뭔가 아쉬움은 남는다. 그것은 '1박2일'하면 떠오르는 특유의 '무엇'들이 빠졌기 때문이다. 그것은 해당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재일 수도 있고 수려한 경관일 수도 있다. 지역특색에 어울리는 음식일 수도 있고, 지역민과 나눌 수 있는 '1박2일' 멤버들의 '정'일 수도 있다.
물론 지난 '경북 봉화' 편에서도, '1박2일'은 '깃발 전쟁'을 통해 봉화 내에 명소 정자들을 소개했다. 지역특산물인 고추나 송이버섯도 게임과 벌칙에 맞물려 소개도 했다. 그런데 주마간산식이다. 멤버들은 미션과 게임에 열중하느라, 해당 지역을 홍보하는 데 소홀했다. 그렇다고 해서 '경북 영양' 집으로 편과 같이 지역주민과 정을 나누는 시간이 마련된 것도 아니었다.
여기서 '1박2일' 시즌1과 시즌2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시즌1은 강호동을 주축으로 미션이나 복불복을 할 때엔 확실하게 놀고, 중간 중간 해당 지역을 홍보할 땐 세심하게 다뤘다. 그리고 지역주민들과 부담 없는 정을 나누고 소통하는 것도 있지 않았다. 반면 시즌2는 멤버들끼리 재미를 느끼고 소통하는 데엔 문제가 없지만, 그 외적인 부분의 확장성이 시즌1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진다.
이것이 '1박2일' 시즌2가 국민예능으로 불리지 못하는 이유다. 단순히 '1박2일' 시즌2가 시즌1처럼 시청률 30%가 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다. '런닝맨'이 시청률 20%를 돌파해도 국민예능으로 취급되지 못하고, 무한도전이 10% 중반 대에 머물러도 국민예능으로 분류되는 이유와도 맞물린다. 아무리 막장드라마가 시청률 30%를 넘는다 해도 국민드라마가 되지 못하고, 10%대의 '추적자'나 10%조자 안 되는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 국민드라마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이치.
즉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기획 의도나 패턴, 정서가 시청자에게 어떤 식으로 소비되느냐에 따라, 시청률과 관계없이 어떤 프로그램은 특별하게도 '국민'이란 타이틀로 대표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강호동의 '1박2일' 시즌1에 비해, 여러모로 부족한 현재의 '1박2일' 시즌2는 시청률 외적으로도 '국민'이란 이름으로 포장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 볼 점은, '과연 '1박2일' 시즌2에 국민예능이란 타이틀이 불어야 하는가?'에 있다. 단지 '1박2일'이란 이름과 콘셉트가 같다고 해서, 시즌2도 국민예능에 어울리는 성적표를 받아야 하고, 시청자의 만족도를 국민예능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하는가. 그렇다면 답변이란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가 된다.
왜냐하면 현재 '1박2일' 시즌2의 제작진이나 멤버들에겐 무리한 요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왜 맏형 김승우에게 강호동을 강요하고, 막내 주원과 이승기를 비교하려 드는가. 단지 '1박2일'이란 같은 프로그램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건 마치 같은 학교 같은 반에서 같은 수업을 받으면서, 왜 너는 엄마 아들 친구처럼 1등을 못하냐는 부모님의 잔소리와 다를 바 없다.
즉 비교를 하기 전에, 해당 멤버의 능력치와 수준을 감안해야 한다. 기대보다 잘 했다면 성공한 것이다. 30등 할 줄 알았는데 40등하면 실망할 수 있지만 20등을 하더라. 그렇다면 그건 칭찬할 일이지, 비판할 일이 아니다. '1박2일' 시즌2는 시작 전 '패떴2'처럼 실패하고 조기종영 할 것이란 부정적인 시각이 다수였다. 그런데 시즌2는 20%에 가까운 시청률로 기대이상의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그 좋은 콘셉트로 시청률 30%가 안 되냐고 비판하는 게 맞을까.
앞서 지적했던 부족한 부분도 마찬가지다. '1박2일' 시즌2엔 강호동이 없다. 강호동이 누구인가. 국민MC다. 진행능력이나 끼. 리더십도 좋지만, 일반인과 친화력이 연예인 중 최고다. 강호동이 지역민들에게 먼저 다가가지 않아도, 지역민들이 적극적으로 그에게 다가와 액션과 리액션을 한다. 재미가 있다. 그림이 산다. 그렇게 강호동이 있었기에 은지원-이승기 등 다른 멤버들의 친화력도 배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1박2일' 시즌2에는 강호동이 없다. 김승우는 물론이고, 시즌1에서 함께 했던 이수근조차 강호동의 흉내도 내지 못한다. 그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지역주민들과 정을 나누겠다고 어설프게 접근해야 봐야, 시즌2는 어색한 그림속에 억지감동을 추구한다는 비아냥거림만 듣기 쉽다. 즉 능력이 안 되는 걸 너무 바라지 말고, 강요하지도 말아야 한다.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조성될 때까진, 지금처럼 멤버들끼리 지지고 볶는 미션과 복불복에 열중하는 게 차라리 낫다.
현재 '1박2일' 시즌2는 국민예능이 아니다. 또한 국민예능일 필요도 없다. 오히려 제약이 많았던 국민예능이란 거추장스럽고 불편할 수 있는 타이틀을 이젠 벗을 때가 됐다. 지금처럼 시즌2 멤버들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예능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게, 오히려 새pd를 비롯한 제작진의 현명한 선택이다. 덕분에 적어도 어설픈 감동 만들기를 위한 행보나, 내고향 6시라는 비아냥거림에선 멀어지지 않았는가.
올림픽에서 양궁이 매번 금메달을 딴다고 해서, 기보배와 같은 양궁선수들은 무조건 금메달을 따고 효자종목의 체면을 세워야 하는가. 기보배가 상대적으로 외국선수보다 잘 해서 금메달을 딴 것이지, 우리나라 양궁이 강해서 금메달을 딴 것이 아니다. '1박2일'에 대한 시청자의 기대감이 높다. 그래서 요구하는 게 많다. 하지만 시즌1과 시즌2는 제작진이나 멤버가 바뀌었다. 바뀐 멤버의 수준을 감안해야 한다. '1박2일' 시즌2가 시즌1보단 완성도는 떨어져도, 부족함과 아쉬움은 느껴져도, 멤버들의 능력 안에 나름의 최선을 다하고 있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렇다면 시청자도 여유를 가지고 봐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우리 객원기자, 대중문화를 말하고 싶을때(http://manimo.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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