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공간

난 빨강

ㅋㅌㅌ 2013. 2. 26. 21:03

 

책소개

너는 연두야, 빨강이야?

「창비청소년문학」 제27권 『난 빨강』.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거미>가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한 박성우의 첫 번째 청소년시집이다. 저자는 '연두'와 '빨강'을 청소년을 상징하는 중요한 키워드로 내세우면서, 그들의 일상과 문화, 고민과 갈등, 그리고 자괴감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아픔과 고통을 따스하게 어루만진다.

☞ 북소믈리에 한마디!
『난 빨강』은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아이, 부모의 이혼으로 조부모와 사는 아이, 학교에서 뛰쳐나가고만 싶은 아이, 부모에게 반항을 하고 싶어하는 아이, 학원에 다니고 싶은데 어려운 살림 때문에 참는 아이, 그리고 성에 대해 흥미를 가진 아이 등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생생히 반영해낸다. 소소한 일상에서 건져 올린 청소년 특유의 반짝이는 우정도 담아내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 이 책에 담긴 시 한편!
신나는 악몽

기말고사 보려고 학교에 갔는데
고릴라가 교실을 비스킷처럼 끊어 먹고 있다

고릴라 곁에 있던 염소가
기말고사 시험지를 깡그리 먹어치우고 있다

운동장에서는 능구렁이가
선생님들을 능글능글 가로막고 하품 중이다

쩔쩔매던 우리들은 어쩔 수 없이
삼삼오오 모여 실컷 놀다가 집으로 간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난 연두가 좋아 초록이 아닌 연두

우물물에 설렁설렁 씻어 아삭 씹는
풋풋한 오이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옷깃에 쓱쓱 닦아 아사삭 깨물어 먹는
시큼한 풋사과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한 연두
―「아직은 연두」 부분

난 빨강이 끌려 새빨간 빨강이 끌려

발랑 까지고 싶게 하는 발랄한 빨강
누가 뭐라든 신경 쓰지 않고 튀는 빨강
―「난 빨강」 부분

연두와 빨강 이 두 색깔은 청소년을 상징하는 중요한 키워드이다. 연두는 “풋풋한, 시큼한, 떫은” 같은 수식어와 어울려 청소년이 아직 완성되지 못한 존재지만 그래서 수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는 존재임을 드러낸다. 반면 빨강은 “누가 뭐라든 신경 쓰지 않는, 튀는, 천방지축의” 같은 표현과 함께 기존의 가치에 마냥 순응하지 않는, 독립적인 존재가 되고자 하는 청소년의 기상을 상징한다. 이처럼 시인은 고유의 말법으로 청소년들의 모습을 그려내면서 ‘지금 여기’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고민과 갈등에 시선을 집중한다.

 

생생히 그려진 10대들의 일상과 꿈

『난 빨강』에 수록된 모든 작품은 시적 화자가 청소년 자신들이다. 이들은 피와 살로 된 인간이 아니라 공부하는 기계 취급을 받는가 하면(「공부 기계」) 학원에 다니고 싶은데도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참기도 하고(「학원」), 다른 아이와 비교당하고 차별받을 때마다 속상해하며(「심부름」 「용서를 받다」) 성에 대한 호기심을 가감 없이, 유머러스하게 드러내기도 한다(「정말 궁금해」). 이처럼 『난 빨강』은 ...(하략)

추천평

학생들은 대체로 시 읽기를 힘들어한다. 교과서나 참고서에 실려 있는 시에서는 그들의 삶을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감하지 못하는 시를 머리로 공부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시는 괴로운 존재일 뿐이다. 그러나 『난 빨강』에서 그들은 시가 자신들의 삶을 표현하는 하나의 유력한 수단이라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김주환

 

시가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을까. 왜 진작 10대들을 위해 이런 시집이 발간되지 못했을까. 기성 시인이 쓴 한국 최초의 ‘청소년시집’인 『난 빨강』 속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10대들의 일상적 삶의 풍경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들의 눈물과 웃음, 우정과 사랑, 공부와 항변, 심지어는 사춘기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성적 호기심까지 드러나 키득키득 웃음을 자아낸다. 이 시집을 읽는 10대라면 누구나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고, 나 자신을 이해할 수 있고, 미래에 대해 더욱 큰 꿈과 성실한 목표를 지닐 수 있다. 무엇보다도 ‘공부기계’가 되어가는 우리나라의 교육적 당위성 속에서 광활한 정신적 자유를 느낄 수 있다. 공부하다가 지치고 현실적 중압감에 가위눌릴 때 이 시집을 읽어보라. 이 시집은 바로 10대 여러분의 오늘과 내일의 이야기다.
정호승(시인)

[알라딘 제공]

 

네이버 북정보 제공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6241892

 

 

[아직은 연두]
 
난 연두가 좋아 초록이 아닌 연두


우물물에 설렁설렁 씻어 아삭 씹는


풋풋한 오이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옷깃에 쓱쓱 닦아 아삭삭 깨물어 먹는


시큼한 풋사과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한 연두


풋사과와 풋살구의 시큼 시큼 풋풋한 연두,


난 연두가 좋아 아직은 풋내가 나는 연두


연초록 그늘을 쫙쫙 펴는 버드나무의 연두


기지개를 쭉쭉켜는 느티나무의 연두


난 연두가 좋아 초록이 아닌 연두


누가 뭐래도 푸릇푸릇 초록으로 가는 연두


빈집 감나무의 떫은 연두


강변 미루나무의 시시껄렁한 연두


난 연두가 좋아 늘 내 곁에 두고 싶은 연두,


연두색 형광펜 연두색 가방 연두색 팬티


연두색 티셔츠 연두색 커튼 연두색 베갯잇


난 연두가 좋아 연두색 타월로 박박 밀면


내 막막한 꿈도 연두빛이 될 것 같은 연두


시시콜콜, 만냥 즐거워하는 철부지 같은 연두


몸 안에 날개가 들어있다는 것도 까마득 모른 채


배추잎은 신나게 갉아 먹는 연두 애벌레 같은, 연두


아직 많은 것이 지나간 어른이 아니어서 좋은 연두


난 연두가 좋아 아직은 초록이 아닌 연두

 

                         
[난 빨강]


난 빨강이 끌려 새빨간 빨강이 끌려


발랑 까지고 싶게 하는 발랄한 빨강


누가 뭐라든 신경쓰지 않고 튀는 빨강


빨강 립스틱 빨강 바지 빨강 구두


그냥 빨간 말고 발라당 까진 빨강이 끌려


빼지도 않고 앞뒤 재지도 않는 빨강


빨빨대며 쏘다니는 철딱서니 같아서 끌려


그 어디로든 뛰쳐나갈 수 있을 것 같은 빨강


난 빨강이 끌려, 새빨간 빨강이 끌려


해종일 천방지축 쏘다니는 말썽쟁이, 같은 빨강


빨랑 나도 빨강이 되고 싶어 빨랑


빨랑, 빨랑이 되어 싸돌아다니고 싶어


빨빨 싸돌아다니다가 어느새 나도


빨강이 될 거야 새빨간 빨강,


빨강 치마 슈퍼우먼이 될 거야


빨강 팬티 슈퍼맨이 될 거야


빨강 구름 빨강 바다 빨강 빌딩숲 만들러 날아다닐 거야


새빨간 거짓말 같은 빨강,


막대사탕처럼 달달하게 빨리는 빨강,


혀를 내밀면 혓바닥이 온통


새빨갛게 물들어 있을 것 같은 달콤한 빨강


빨 - 강, 하고 말만 해도


세상이 온통 빨개질 것 같은 끈적끈적한 빨강

 

 

[우정]


친구 동준이가 집에 놀러왔다


라면을 네 봉지나 먹은 우리는
거실 소파에 앉아 배를 꺼쳤다


그러다가 동준이가 진열장에 있는
아빠의 테니스 라켓을 꺼내 들었다


라켓으로 강서브 흉내를 내는 찰나,
거실 장식등이 와장창 깨졌다


얼른 나는 테니스 라켓을 뺏어 들었다


설거지를 하고 방으로 들어갔던 엄마가
놀라서 뛰쳐나왔다


얼떨결에 라켓을 뺏긴 동준이가
어리뻥뻥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심부름]

 

누나는 고 삼이다.

반에서 일이등 하는 고 삼이다

 

그런 누나가 뜬금없이

만두가 먹고 싶다고 해서,

뒤에서 오등 정도 하는 내가

밤늦게 만두 심부름을 갔다

 

너무 늦어서 이 골목 저 골목

문 닫지 않은 만주 집을 찾아 헤매다가

큰 사거리 근처까지 나가서 겨우 샀다

 

만두가 식을까 봐 뛰어서 집으로 갔다

 

심부름 가서 딴짓하다 늦게 왔다고

엄마한테 잔소리를 잔뜩 들었다

 

난 뒤에서 오등이니까,

말대꾸할 힘도 없어서 그냥 잤다

[보름달]

 

엄마, 사다리를 내려줘

내가 빠진 우물은 너무 깊은 우물이야

 

차고 깜깜한 이 우물 밖 세상으로 나가고싶어.

 

 

[꼭 그런다]

두 시간 공부하고
잠깐 허리 좀 펴려고 침대에 누우면
엄마가 방문 열고 들어온다
-------- 또 자냐?

 

영어 단어 외우고
수학 문제 낑낑 풀고 나서
잠깐 머리 식히려고 컴퓨터 켜면
엄마가 방문 열고 들어온다
-------- 또 게임 하냐?

 

일요일에 도서관 갔다 와서는
씻고 밥 챙겨 먹고 나서
잠깐 쉬려고 텔레비전을 켜면
밖에 나갔던 엄마가 들어온다
-------- 또 티브이 보냐?

 

 

어른들이 몰라준다고 너무 오래 삐치지는 마요.
초록으로 가는 연두이거나 톡톡 튀는 빨강, 같은
청소년 친구들이여. 그렇다고 또 너무 철들지도 마요.
아직 많은 것들이 지나간 어른이 아니니까.

 

'얘들아, 우리들이 시래. 우리들 얘기가 시래.' 하면서
그저, 신나고 재미있게 읽어주시길.
눈시울이 빨개졌다가도 금시 행복해지시길.
시 앞에서 쩔쩔매던 지난날에게 한 방 먹여주시길.
아주 가끔은 곰곰, 내가 꿈꾸는 색깔이 뭔지 생각해보시길.

 

- 시인 박성우의 말 중에서..

 

 

청소년 시집 '난 빨강'

아직 청소년이라면 꼭 읽어보고

주위에 청소년이 있다면 꼬옥 선물해 보길 바랍니다.

어려운 시집이 아닌만큼 읽고 피식 웃을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라며...

 

보통 십대들이 시를 읽기 어려워하는 이유는, 10대들이 모르는 어른들만에 세계가 담겨있기도 하고, 아직 우리가 모르는 사랑이나, 세상 등이 비꼬아져서 보여있기에 더 어렵게 와닿는지도 모른다. 10대들을 위한 시집. 10대들 안에 따스하게 들어와 우리들의 고민을 피식거리는 웃음속에 깊은 공감코드를 이끌어 낼수 있는 난 빨강 시직을 읽어보거나 아는 청소년들에게 선물해보길 적극 추전합니다.


 

 

 

 

 

 

달빛프린스 6회
*MC : 강호동, 탁재훈, 정재형, 용감한형제, 최강창민
*게스트 : 유인나, 한선화

 

여섯번째 프린세스! 유인나, 한선화와 함께하는 오늘의 책!
우리나라 최초의 청소년 시집 [난 빨강]!


스타와 함께 책도 읽고, 기부도 하고, 행복도 얻는
두근두근 달빛프린스~!!
화요일 밤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