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공간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전혀 괜찮지 않은데?

ㅋㅌㅌ 2016. 2. 12. 10:17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제39화, '미운오리새끼'



전주의 딸부잣집이라고 할 만큼 딸만 넷인 집이고, 셋째딸인 민영씨만 이 집에서 살이 많이 찐 편이더라구요. 민영씨는 두 살때 밥맛에 눈을 떠서 가족들이 이야기 하는 민영씨의 주식은 족발, 고기, 치킨, 밥이라고 하는데요. 민영씨의 하루 식사량은 최소 다섯끼로 많이 먹다보니 몸무게도 약 90kg에 달한다면서, 어머님은 민영씨만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고 하시더라구요. 민영씨만 보면 화가나서 싸움이 된다고 하시는데, 가족들의 입장은 그거였어요. 살이 찌면 취업도 힘들것이고 결혼도 힘들것이기에, 가족이라서 충격요법으로라도 고쳐보기 위해서 그렇게 한 거라구요.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등에 칼을 맞는 저 기분... 박민영씨는 자괴감도 들고 심지어는 자살생각도 했었다고 하더라구요.


근데 더욱 근본적인 문제점은 추가로 있었다.

 

- 셋째딸을 엄마와 온 가족이 무시, 조롱, 멸시, 왕따 시키는데.. 조작 짜깁기 냄새가 솔솔나더라. 이 집안 아빠는 뭐하는 사람인건지.. 사춘기딸과 아빠의 자극적 내용으로 지난번에도 제작진 사과하더니 정신 못 차린건가.


- 비만은 곧 인생의 실패고, 뚱뚱한 사람은 곧 인생의 낙오자라는 편견이 가족들의 뇌리에 뿌리 깊게 박혀있다. “지금 되게 행복하다. 딱히 불행하다고 생각해 본 적 없다”는 셋째 딸의 항변은 쉽게 증발해버린다. 그리고는 자신들의 논리를 강요한다. 넌 불행하다고, 불행해야만 한다고.


- 제작진도 사실상 공범이다. 셋째 딸은 “가족 중에서 나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지만, 그녀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어하는 사람은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출연자 중에도 없었다. 왜 셋째 딸이 날씬하지 않음에도 행복하다고 말하는지 그 이유는 전혀 궁금해 하지 않는다.


- ‘셋째 딸은 스스로 불행하지 않다는데 굳이 다이어트를 권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주제를 논했어야 했다. 그러나 정작 방송 1시간 동안 셋째 딸의 의사는 안중에도 없었다. 폭력의 강도만 덜할 뿐, 몰아붙이는 건 패널들이나 가족들이나 별반 다르지 않았다.


-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라는 프로그램 제목을 보라.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이전에 내뱉는 '괜찮다'는 말은, 오히려 원인을 얼버무린다. 살이 문제가 되도록 하는 구조, 외모를 차별의 근거로 삼는 현실, 아름다움을 위한 다이어트, 이를 따져 묻지 않는 사람들을 한데 모아버리기에 급급하다.


- 박민영씨는 자신의 모습을 좋아'했'다. 뚱뚱한 사람은 자기혐오에 빠져 있을 것이라는 세간의 편견과 달랐다. 새벽 1시에 삼겹살을 먹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귀엽죠"라고 말하고 빨리 먹기에서 이기자 "실력이에요! 내 장기야!"라고 외친다. "저는 지금 되게 행복하거든요. 딱히 제가 '불행해' 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라고 이야기한다.


...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전혀 괜찮지 않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