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진의 백스테이지
나는 ‘삶의 조각’들을 보여주는 예능이 좋다. 친구들과의 여행을 보여주는 <1박2일>, 귀농과 합창 같은 유쾌한 일탈을 다뤘던 <남자의 자격>, 순식간에 자라나는 자녀와의 추억에 대해 이야기하는 <아빠 어디 가>, 군대에서 있었던 뜨겁거나 바보 같던 기억을 되살려주는 <진짜 사나이>, 너무 편리해진 세상에서 진짜 중요한 게 뭔지 생각하게 해주는 <인간의 조건>. 모두 나에게도 있었던, 혹은 있을 수 있는 어느 순간에 대한 관찰과 재연이다.
<1박2일>을 보던 어느 아빠가 청춘 시절의 무전여행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늘어놓는다거나, 고구마를 캐는 <남자의 자격> 멤버들을 보며 어느 50대 부부가 귀농에 대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면, 예능 피디로서의 보람은 충분히 거둔 게 아닐까. 평범한 우리의 삶도 보기에 따라 많은 드라마를 가질 수 있다는 걸 알려줄 수 있다면, 그걸로 예능 피디는 나름 괜찮은 직업이 아닌가.
류호진 한국방송 예능 피디
평범한 사람에게도 드라마는 있다 중에서
http://www.hani.co.kr/arti/culture/entertainment/58671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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