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공간

가장 아쉬운 건 절실함이에요

ㅋㅌㅌ 2016. 8. 28. 10:36



[일간스포츠 김진석]


신(申)내림을 받았다. 예능신내림.

JTBC '아는 tvN '신서유기' 등 출연하는 곳마다 신들린 입담으로 유행어를 만들어내는 이수근(41).


2013년 11월 불법도박혐의로 모든 방송서 하차하고 18개월간 자숙한 뒤 지난해부터 활동을 시작한 이수근이 이제야 제 컨디션을 찾은 모양이다. '흥행 PD' 나영석·'1박 2일' 원년 멤버들인 강호동·이승기·은지원 등과 '신서유기'에 출연할 때마다 '당장 하차시켜라'는 비난도 많았다. 그 비난은 오래 갔다. 맡는 프로그램마다 '이수근을 출연시키지 말아달라'는 반응이 쇄도했다.


당연히 그의 고민도 깊었다. "욕 먹어 마땅하죠. 그럼에도 복귀하고 싶었던 건 웃음을 주고 싶어서였어요. '웃음도 됐으니 나오지마'라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그래도 웃음을 주고 싶어 한 번은 용기내서 나왔어요. 용서 못 하는 것도 당연해요. 용서 받을 일이 아니라는 것도 누구보다 잘 알고요."


이수근의 진가는 '아는 형님'에서 입증됐다. 강호동에게 깐족거리는 개그와 적재적소에 터뜨리는 애드리브는 '대박'이다. 이수근의 애드리브만 모아 놓은 영상이 따로 만들어질 정도로 화제다. 이상민을 가리키며 '현모양처(현재 모양이 처량한 사람)'라 말했고 대중이 쓰는 유행어로 번졌다. "제가 잘해서라기보다 멤버들이 잘 받아주니 웃고 까부는 거죠. 원래 말하는 사람보다 듣는 사람이 더 중요해요. 전 듣는 걸 잘 못해 고치려 노력하고 있고요. 워낙 호흡이 좋다보니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웃음이 터지고요."

그는 친정인 KBS 2TV '개그콘서트' 걱정도 많았다. 하락세가 길어지고 있는 '개그콘서트'를 보면서 누구보다 안타깝다. 그래서 쓴소리도 신랄하다. "늘 잘 된 건 아니었어요. 침체기와 전성기의 교차가 있었죠. 이번엔 그 시기가 조금 길어질 뿐인데 모두가 각성하고 다시 웃음을 책임져야죠."


방송에서는 거리낌없이 웃음을 줬지만 실제로 만난 이수근은 아직까지도 조심스러워 보였다. 인터뷰 내내 '죄송하다' '다시는'이라는 단어를 끊임없이 반복했다. 몸이 좋지 않아 술도 입만 가볍게 댔다.


[취중토크①, ②, ③ ]이수근 - 일간스포츠 김진석 제공


-요즘 예능감이 물올랐어요.

"혼자 까부는 거죠 뭐. 옆에서 리액션 해주는 사람이 없으면 묻힐텐데 주변 사람들이 잘 해주니깐요. 5명 이상이 나오는 예능은 재미있는 멘트해도 안 받아주면 소용없거든요. 그런 면에서 '아는 형님'은 완벽해요."

-어떤 스타일의 개그를 좋아하나요.

"인신공격은 하지 않아요. 선호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말을 툭 던져놓고 반응이 좋았던 건 수첩에 적어두고 다음 행사에 가기 전에 미리 예습해요. 분위기 어색할 때 유도하는 질문이 몇 개 있었죠."


[취중토크①]이수근 "탁재훈 출연, 마음 한 구석 찡했다"

http://media.daum.net/entertain/enews/newsview?newsid=20160826100205627


-사실 '1박 2일'때도 뒤로 갈수록 웃겼어요.

"웃음을 주고 받는 법을 나중에 깨달았어요. 그때는 '내가 하는 거 너희가 안 웃어? 그럼 나도 안 웃어줘'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했어요. 코미디언인데 제일 못 웃겼어요."

-어떻게 변화했죠.

"시골서 살아왔으니깐 불 지피고 이런거 보여주고 웃음이 아닌 다른 걸로 칭찬을 듣다보니 예능감을 조금씩 보여줄 수 있었어요."

-가족들에게 미안하겠어요.

"말로 표현 못할만큼 미안했어요. 어렵게 코미디언이 됐고 더 어렵게 대중에게 사랑 받은 건데 그걸 한 순간에 잃었죠. 다시는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어요. 주눅 든 모습 보이지 않으려고 태연한 척 많이 했죠.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라 책도 눈에 안 들어와요. 특히 '1박 2일' 팀에게 미안해요. 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마무리를 잘 못 했어요. 저 때문에 빛바랜 멤버도 있었죠. 특히 차태현·김종민에게 미안해요."


[취중토크②]이수근 "그 사건, 차태현·김종민에게 특히 미안"

http://media.daum.net/entertain/star/newsview?newsid=20160826100206631


-'1박 2일' 생각도 많이 들텐데.

"그쵸. 생각이 많이 나요. 제목은 똑같지만 출연자·팀워크·재미도 많이 다르더라고요. 지금 시즌은 동창회를 보는 거 같아요. 서로 나눠먹고 똘똘 뭉치고 웃음 주더라고요. 오래 갈 수 있는 장점을 가졌어요."

-원년 시즌은 어땠나요.

"그때는 치열했죠. 말 한 마디만 해도 그 멘트로 CF를 찍을만큼 임팩트가 강했죠. 그런데 지금 시즌 사람들을 보면 행복해보여요."

-'개그콘서트' 침체기가 길어요. 뭐가 잘못됐나요.

"잘못된 건 없어요. 가장 아쉬운 건 절실함이에요. 저희 때는 프로그램의 경쟁 그 속에서 코너 경쟁도 치열했어요. 분위기가 많이 자유분방해졌어요. 연습실 내 긴장감과 압박감이 웃음과 직결됐는데 지금은 아니에요."


[취중토크③]이수근 "지금 '1박 2일' 멤버들 행복해보여"

http://media.daum.net/entertain/enews/newsview?newsid=201608261002076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