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공간

[스크랩] 남자의자격 폐지가 아쉬운 이유

ㅋㅌㅌ 2013. 3. 5. 23:27
남자의 자격 - 진지하되 심각하지 않은, 국악이 한결 가까워지다. 

 

오래전 기억을 떠올렸다. 고등학교 때였다. 음악선생님이 숙제를 내주셨다. 음악공연을 직접 찾아보고 그 감상을 써내라. 그래서 같은 반 친구 하나가 판소리 공연을 보고 와서 감상문을 써냈었다. 그리고 그것을 본 음악선생님은 불같이 화를 내시고 계셨다.

 

"국악이 어디 음악이냐?"

 

근대란 바로 전근대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된다. 반성이란 자기비판이며 나아가 자기부정으로 이어지기 쉽다. 조선의 것은 촌스럽고 미개하며 열등하다. 그래서 일제강점기 어떤 민족주의자들은 민족의 미래를 위해 조선의 백성들을 일본인으로 만들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었다. 해방 이후에는 미국이 그 대상이었다. 먹는 것이며 입는 것이며 쓰고 즐기는 모든 것을 미국처럼 하자. 그 과정에서 자연히 전통은 무시되고 잊혀져갔다.

 

어차피 쉽게 들을 수 있는 더 즐겁고 더 세련된 음악들이 얼마든지 있다. 고루하게 한복에 쪽진 머리를 하고 나와 알아듣기도 힘든 노래를 흥얼거리는 국악에 비해 훨씬 더 익숙하고 훨씬 더 가깝게 즐길 수 있다. 그나마 민족의 전통이라고 하는 추상적 가치가 익숙하지 않음에도 억지로라도 들으려 하고 즐기려 하도록 만들고 있을 뿐이다. 그렇게 명창들의 일상에서 거의 입지 않는 두루마리와 갓쓴 차림처럼 국악은 지난 시대의 낡은 유산처럼 소비되어질 뿐이었다.

 

국악 프로그램이 아주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어린시절 조상현 명창이나 안숙선 명창 같은 이들이 공중파에서 마치 연속극처럼 창극을 하는 것을 보며 자랐었다. 지금도 판소리며 민요 몇 소절은 따라부를 수 있는 것도 바로 그때의 기억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가족시간대에도 방송되곤 하던 국악프로그램들이 아주 심야거나, 혹은 아주 이른 오전 등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시간대로 바뀌기 시작했다. 시청률이 나와주지 않으니 광고수입을 위해서라도 돈되는 시간대에 편성하기는 무리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나마도 이제는 거의 없다.

 

결국 얼마나 익숙한가의 문제일 것이다. 국악보다는 오히려 힙합이나 일렉트로니카 같은 장르가 더 친숙하게 들릴 수 있는 것은 어려서부터 자주 듣고 따라부르며 체화해 온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필자는 운이 좋은 편이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오랜 시간을 국악과 거리를 두고 살았음에도 어느새 귀에 들리기 시작하면 이내 인숙해질 수 있는 경험이 어려서부터 축적되어 있었다. 굳이 예능프로그램인 <남자의 자격>을 통해 국악을 보여주고자 한 이유일 것이다.

 

사실 중요한 부분이다. 국악이 어렵게 느껴져서는 안된다. 낯설게 여겨져서도 안된다. 친숙해져야 한다. 익숙해져야 한다. 보다 가깝게 다가설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국악미션의 멘토로 선택된 자칭 '국악계의 싸이' 남상일씨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할 수 있다. <남자의 자격> 멤버들과도 격의없는 멘트를 주고받으며 진지하되 필요이상으로 심각해지지 않는 예능으로서의 유쾌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었다. '국악소녀' 홍소희 양 역시 아직 나이어린 소녀답게 그 나이또래만이 가능한 재치만점의 솔직한 멘트와 리액션으로 프로그램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었다. 국악이란 나이 지긋한 이들이 엄숙하게 즐기는 고루한 음악만이 아닌, 젊은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즐거운 음악이다. 하필 익숙한 <흥부전>과 또한 친숙한 극형태의 '창극'에 도전하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국악은 배우고 익히는 것이 아닌 즐기는 것이다.

 

멤버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대충 웃기려 하는 것 같은데 이경규의 노랫가락과 춤사위에는 전통의 그것이 고스란히 녹아 흐르고 있었다. 김국진과 윤형빈 역시 마찬가지다. 이윤석의 어설픔에도 전통은 그래도 살아 숨쉬고 있었다. 자칫 엄숙해질 수 있는 미션에서도 김준호는 사람들을 웃기는 코미디언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지킨다. 매순간 웃기려 하고 그것이 어쩌면 국악에 대해 가질 수 있는 경직된 인상을 흐트러 놓는다. 주상욱 또한 오히려 더 거리감없이 멘토인 남상일씨의 이름을 부르며 한 바탕 유쾌한 놀이의 분위기로 바꾸어 놓는다. 심각할 필요 없다. 예능이란 그런 것이다. 할 때는 제대로 진지하게 하되 시청자가 부담없이 즐길 수 있도록 보여준다.

 

얼마나 잘하는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고작 몇 개월의 연습으로 멤버들이 프로수준의 우리소리를 들려주리라 기대하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그보다 중요한 것이 국악이란 - 우리의 전통음악이란 얼마나 우리의 가까운 곳에, 우리의 일상 속에 존재하고 있는가 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굳이 부담같은 것 가질 것 없이 누구라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그냥 음악이다. 그냥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대중문화의 하나다. 첫단추를 잘 끼웠다. 마음껏 웃을 수 있었다.

 

이경규가 놀부다. 무릎을 쳤다. 김국진이 아닌 김준호가 흥부를 맡게 된 것은 조금 의외였을 것이다. 주상욱이 놀부부인이 된 것은 하나의 반전이었다. 윤형빈은 여기서도 존재감이 없다. 동갑내기로 나란히 흥부의 아들들로 출연하게 된 김태원과 김국진이 부조화를 이룬다. 연습부터가 시끌벅적하다. 그들 자신부터 이미 즐기고 있다. 기대하게 되는 이유다. 보는 것이 즐겁다.

 

오랜만의 장기미션이다. 그런데 기대가 되는 장기미션이다. 멤버들의 발전하는 모습과 더불어 그것이 담고 있는 주제의식이 더욱 자신을 설레게 만든다. 즐거울 것이다. 재미있을 것이다. 좋다.

 

http://www.stardail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56

 

425회 (1) 남자의 자격 - 남자, 그리고 국악의 참 놀라운 발견

<남격판 2013 흥보놀보전> 
국립극장 무대에서 그 화려한 막을 올리다!

 

김준호의 온갖 설움을 표현하는 완벽한 불쌍한 표정연기!
가애란의 슬프고도 애달픈 가난타령~
심술보 놀보로 빙의한 이경규와
최초 여장으로 파격 변신을 선보인 주상욱!
마당쇠와 제비 1인 2역을 선보인 이윤석~
바보연기의 진수를 보여준 흥보아들 김국진과
흥보아들에서 심봉사로 변신한 김태원!
창극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국악 신동 도창 윤형빈
그리고 멤버들의 불쌍한 친구 흥보아들들과
도깨비 김수용의 깜짝 등장까지!

 

 

 

 

425회 (1) 남자의 자격 - 남자, 그리고 국악의 참 놀라운 발견

<남격판 2013 흥보놀보전>

..남격 멤버들 배역을 선정하는 심사위원으로 활동한

놀라운대회스타킹이 배출해낸 송소희

 

 

 

 

 

 

 

 

 

 

출처 : 직찍&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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