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공간

[전현무의 예능의자격] 강호동의 힘!

ㅋㅌㅌ 2014. 2. 13. 22:19

[전현무의 예능의자격] 예능을 하다보면 가슴이 뛸 때가 많다. '루시퍼', '7단 고음' 같은 히트작이 터졌을 때는 정말 짜릿함과 흥분으로 잠을 못 이룬 적도 있다. 시청자의견과 댓글, 트위터에 작렬하는 네티즌의 응원문구를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하나하나 다 확인해야만 비로소 뛰는 가슴을 어느 정도 진정하고 잠을 청할 수 있게 된다.

개인적인 인기 여부를 떠나 짜증나는 일상 속에 시원하게 한번 웃고 싶어 TV 앞에 모인 분들을 조금이나마 즐겁게 해드렸다는 데에서 오는 쾌감과 희열은 정말 어떤 화려한 미사여구로도 담기 힘들 정도다. 하지만 지난 목요일(8월 11일) 밤은 전혀 다른 이유로 가슴이 쿵쾅거려 잠을 설쳤다. 다음 날 아침에 만나게 될 강호동이라는 인물 때문이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예능 MC 선배들과 함께 방송을 할 때는 늘 설레고 가슴이 벅차올랐던 것 같다. 이경규 김국진 형님과 '남자의 자격'으로 만날 때, 유재석 형과 '해피투게더' 녹화를 할 때, 매주 김용만 형과 '비타민'을 진행할 때마다 오늘은 또 뭘 배울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어린 아이처럼 마냥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숨길 수 없다. 이러니 방송을 한 번도 제대로 같이 해본 적 없는 강호동 형님을 만날 때는 어땠겠는가?

KBS2TV '해피선데이-1박2일' 시청자투어 3탄의 객원 MC자격으로 합류한 것이지만 사실 마음가짐으로만 보면 시청자투어의 시청자로 참여했다고 보는 게 더 나을 정도였다. 하루 종일 호동 형님 옆에 찰싹 붙어 앉아 있다 보니 역시 왜 강호동인가에 대한 해답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그는 '1박2일' 단원들을 총지휘하는 마에스트로 강마에였다.

 

진정한 강마에가 되려면 음악의 전체 큰 흐름을 볼 줄 알아야 함은 기본이고 세밀한 디테일도 놓치면 안 된다. 12일 '1박2일' 첫 녹화의 핵심은 나를 포함한 객원MC들과 우리 모두가 만나게 될 각 연령별 시청자들의 소개였다. KBS에서 객원MC들을 처음 만나고 강원도 인제로 다함께 내려가며 서로를 알아가는 단계, 그리고 인제에 도착해서는 각 연령대 시청자들에게 전화로 합격을 통보하며 어떤 분들이 뽑혔는지를 소개하는 흐름이다. 이러한 큰 흐름은 이미 강호동 지휘자에 의해 철저히 파악돼 물 흐르듯 진행되고 있었다.

오프닝에서 나와 백지영 성시경의 근황토크를 충분히 뽑아 방송분량을 확보하고 '1박2일' 멤버들과 함께 9명이 한 승합차로 내려가며 백지영 씨를 중심으로 '여성들이 좋아하는 남자 유형' 등 보편적이지만 언제해도 흥미진진한 주제로 이야기를 이끌어 자칫 어색할 수 있는 9명의 첫 만남을 부드럽게 만들었다.

각론으로 들어가면 섬세한 디테일도 결코 놓치지 않는다. 느닷없이 멤버들끼리 '자형'과 '매형'의 차이에 대한 설전이 벌어졌는데 서로 각자의 생각을 툭툭 내뱉으며 고집을 피우고 있는 사이 난 스마트폰으로 두 단어를 검색했다. 카메라가 꺼지고 난 후 승합차에 나란히 앉은 호동 형님은 그런 내게 나지막히 조언을 해준다. "여기서는 아날로그로 가야지. 인터넷으로 검색하기 전에 우리끼리 계속 편을 갈라 우기고 우기다가 내기를 걸고 나중에 최종 정답을 확인하고. 그제?" 순간 얼굴이 화끈거리면서도 큰 무언가를 배우게 되는 순간이다.

전체 흐름을 꿰고 그 흐름에 맞게 게스트들 하나하나의 특성을 부각한 뒤 그 인물의 특성에 맞게 토크를 이끌어가는 주도면밀함, 또한 사소한 디테일에서도 기승전결의 예능법칙을 허투루 지나치지 않는 극단적 섬세함. 이것이 바로 강호동의 힘이다. 주변을 장악하는 괴성과 폭풍리액션이 전부가 아니다.

 

 

http://ntn.seoul.co.kr/?c=news&m=view&idx=11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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