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홀로서기-​ 서정윤

ㅋㅌㅌ 2022. 4. 5. 10:11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둘이 만나 서는게 아니라 홀로선 둘이가 만나는 것이다.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 쪽을 위해 헤매이던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이미 누군가가 정해졌었다면, 이제는 그를 만나고 싶다.  

 

 

홀로서기

-​ 서정윤

 

1.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 쪽을 위해
헤매이던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이미
누군가가 정해졌었다면,
이제는 그를
만나고 싶다.

​2
홀로 선다는 건
가슴을 치며 우는 것보다
더 어렵지만
자신을 옭아맨 동아줄,
그 아득한 끝에서 대롱이며
그래도 멀리,
멀리 하늘을 우러르는
이 작은 가슴.
누군가를 열심히 갈구해도
아무도
나의 가슴을 채워줄 수 없고

결국은
홀로 살아간다는 걸
한겨울의 눈발처럼 만났을 때
나는
또다시 쓰러져 있었다.

3
지우고 싶다
이 표정 없는 얼굴을
버리고 싶다
아무도
나의 아픔을 돌아보지 않고
오히려 수렁 속으로
깊은 수렁 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데
내 손엔 아무것도 없으니
미소를 지으며
체념할 수밖에......

위태위태하게 부여잡고 있던 것들이
산산이 부서져 버린 어느날, 나는
허전한 뒷모습을 보이며
돌아서고 있었다.

4
누군가가
나를 향해 다가오면
나는 <움찔> 뒤로 물러난다.
그러다가 그가
나에게서 떨어져 갈 땐
발을 동동 구르며 손짓을 한다.

 

만날 때 이미
헤어질 준비를 하는 우리는,
아주 냉담하게 돌아설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파오는 가슴 한 구석의 나무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떠나는 사람은 잡을 수 없고
떠날 사람을 잡는 것만큼
자신이 초라할 수 없다.
떠날 사람은 보내어야 한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일지라도.

5
나를 지켜야 한다
누군가가 나를 차지하려 해도
그 허전한 아픔을
또다시 느끼지 않기 위해
마음의 창을 꼭꼭 닫아야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얻은 이 절실한 결론을
<이번에는>
<이번에는> 하며 여겨보아도
결국 인간에게서는
더이상 바랄 수 없음을 깨달은 날
나는 비록 공허한 웃음이지만
웃음을 웃을 수 있었다.

 

아무도 대신 죽어주지 않는

나의 삶, 좀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6
나의 전부를 벗고
알몸뚱이로 모두를 대하고 싶다.
그것조차
가면이라고 말할지라도
변명하지 않으며 살고 싶다.
말로써 행동을 만들지 않고
행동으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혼자가 되리라.

그 끝없는 고독과의 투쟁을
혼자의 힘으로 견디어야 한다.

 

부리에,
발톱에 피가 맺혀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숱한 불면의 밤을 새우며
<홀로 서기>를 익혀야 한다.

7
죽음이
인생의 종말이 아니기에
이 추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살아 있다.
나의 얼굴에 대해
내가
책임질 수 있을 때까지
홀로임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홀러 서고 있을, 그 누군가를 위해
촛불을 들자.
허전한 가슴을 메울 수는 없지만
<이것이다> 하며
살아가고 싶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랑을 하자.

 

이 지구상에 살고 있는 50억 사람들 중에 똑같은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은 매우 놀랍고도 신기한 일입니다. 다시 말해서 당신은 유일하고도 특별한 존재입니다. ‘홀로서기’를 통해 당신만의 아름다움으로 빛날수 있길 바랍니다. 

자성의 시
- 서정윤  
 
내 삶의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까지는
늘 겪는 시행착오의 연속임을
어쩔 수 없습니다

작은 목소리에도 쉬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바람 탓만 하며
내 흔들림을 합리화하는,
아니 피치 못할 행위였음으로 변명하는
작은 인간일 뿐입니다 
 
너무 쉽게 표정 바꾸며 살아온 일들이 싫어서, 오늘의 나도 싫지만
앞으로 그러지 않으리라는 자신도 없기에
더욱 비참합니다 
 
어느새 반 이상은 넘겨 본
인생이라는  책장을
후회없이 돌이켜볼 자신도 없는데
남은 쪽을 넘기기는 더욱 두렵습니다
넘길 때마다
주위를 돌아보며
생각 없이 살지나 않는지
나로 인해 우는 울음을 외면하진 않았는지.....
어둠을 지나온 밝음에서
다음 어둠을 예견하지 못하진 않았는지,
조심스레
넘어가는 책장이 또한 아쉽습니다